미래 식량 기술

우주 식량 시스템에 필요한 물 순환 기술

everyday-1og 2025. 4. 24. 18:36

우주에서 ‘물’이 가진 절대적 가치

우주 식량 시스템에 필요한 물 순환 기술: 폐쇄 환경에서의 수자원 관리

 

지구에서는 당연한 것처럼 흐르는 물, 그 한 방울이 우주에서는 생명, 에너지, 순환, 생태계 유지의 모든 것을 아우르는 핵심 자원이다. 우주 공간에서는 지구처럼 자연적으로 물이 순환되지 않는다. 비가 오지 않고, 증발된 물은 다시 대기로 흘러들어 가지 않으며, 지하에 흐르는 수맥도 없다. 따라서 우주 기지, 특히 국제우주정거장(ISS), 달 기지, 화성 기지처럼 완전한 인공 구조물 내에서 살아가는 인간에게 ‘물’은 한정된 자원을 재활용해야만 하는 절대적 자원이다.

특히 식량 시스템에서는 물의 가치가 더욱 명확하게 드러난다. 식물의 광합성과 생장, 식재료의 재배, 조리, 세척, 인체 섭취, 위생 관리, 폐기물 처리, 그리고 공기 중 수분 조절까지 모든 단계에 물이 필수적으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단 1리터의 물도 낭비가 허용되지 않으며, 모든 수분은 순환 시스템을 통해 회수되고 정화되어야 한다. 이는 단지 정수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우주 기지 전체의 생명 유지와 직결되는 정밀한 순환 기술의 집약체라고 할 수 있다.

우주에서는 물이 곧 생존이며, 기술이 그 생존을 책임진다. 물을 순환시키고 정화하는 기술은 우주 식량 자급률 100%를 실현하기 위한 숨은 엔진이자 생명 유지 생태계의 핵심 모듈이다. 실제로 국제우주정거장이나 화성 기지 설계에서 가장 먼저 고려되는 항목 중 하나가 바로 **‘물의 폐쇄 순환 시스템 구축 가능성’**이며, 이는 곧 식량 생산의 시작점으로 이어진다. 결국, 우리가 우주에서 살아가고, 음식을 먹고, 문명을 지속할 수 있는가는 단순한 물 확보가 아니라 ‘물의 시스템화’에 달려 있는 셈이다.

폐쇄 수자원 시스템의 작동 원리

우주 식량 시스템에 필요한 물 순환 기술

우주 기지에서 사용되는 물 순환 시스템은 단순히 수돗물을 정화하는 방식과는 차원이 다르다. 이는 완전히 외부 유입이 차단된 환경에서, **모든 수분을 재사용하는 ‘완전 폐쇄형 수자원 순환 구조(Closed-Loop Water Recovery System)’**로 설계되어 있다. 사람의 땀, 호흡에서 나오는 수증기, 식물 증산작용, 조리 시 증발되는 수분, 심지어는 배설물에서 나오는 수분까지 회수의 대상이 되며, 이러한 수분은 정제와 재처리 과정을 거쳐 다시 식수, 농업용수, 생활용수로 되돌아간다.

이 시스템의 핵심은 총 세 가지 기술 축으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수분 포집 기술(Water Capture)**이다. 습도 센서와 결로 장치 등을 통해 대기 중의 수증기를 모으고, 온도 차를 활용해 응축시켜 물을 추출한다. 둘째는 **정밀 정화 기술(Water Purification)**이다. 필터링, 자외선 살균, 역삼투압(RO), 전기분해, 미세막 기술 등을 복합 적용해 수분 내의 미생물, 중금속, 미세 입자, 화학 성분을 제거한다. 셋째는 자동 순환 통합 제어 시스템으로, AI 또는 자동화 제어 장치가 실시간으로 수질 상태, 저장량, 필요 수요를 분석하여 각 기지 내 수자원을 최적 분배한다.

특히 이 순환 시스템은 우주 농업과 밀접하게 연동된다. 예를 들어 수경재배용 배양액은 일정 시간이 지나면 염류 농도가 증가하거나 pH가 변할 수 있는데, 이를 자동 감지해 물을 부분 정화하거나 교체하는 지능형 농업용 수순환 모듈이 필요하다. 또한 사람의 소변은 농도가 매우 높아 바로 재사용할 수 없지만, ‘촉매 산화 정화 시스템’이나 ‘유기물 전처리 모듈’을 거치면 고도 정제가 가능하다. 실제로 ISS에서는 우주인의 소변을 식수로 90% 이상 회수해 사용하는 기술이 이미 10년 이상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물의 순환은 에너지와도 직결된다. 물을 증류하거나 냉각 응축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는 우주 기지의 전체 전력 사용량에서 상당한 비율을 차지하며, 이에 따라 저에너지 기반의 증류·여과 기술, 또는 태양열, 열교환 시스템을 활용한 수분 회수 방식이 동시에 연구되고 있다.
이처럼 폐쇄 수자원 시스템은 하나의 기술이 아니라, 수십 가지 기술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복합 순환 생태계이며, 그 안에서 물은 단순한 액체가 아니라, **우주의 생명 유지를 설계하는 ‘기술적 생태 인자’**로 작동한다.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의 수자원 순환 시스템과 그 한계

국제우주정거장(ISS)은 인류가 폐쇄형 수자원 순환 기술을 실험적으로 구현한 최초의 공간이다. ISS에는 **환경제어 및 생명유지시스템(Environmental Control and Life Support System, ECLSS)**이 설치되어 있으며, 그 중에서도 ‘물 회수 시스템(Water Recovery System, WRS)’은 생존에 직결되는 핵심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이 시스템은 우주비행사의 소변, 땀, 숨에서 나오는 수분, 실내 공기의 수증기를 모아 정화하여 최대 93%까지 음용수로 회수할 수 있다. 이는 단순히 식수 제공을 넘어서, 조리, 세척, 위생 유지, 실험용 용수까지 모두 포함하는 광범위한 기능을 수행한다.

WRS는 크게 두 가지 모듈로 나뉜다. 첫 번째는 **Urine Processor Assembly(UPA)**로, 소변에서 수분을 분리하고 농축 잔여물은 폐기한다. 두 번째는 **Water Processor Assembly(WPA)**로, UPA에서 나온 물과 대기에서 응축된 수분을 모아 정화한다. WPA는 다단계 필터, 자외선 멸균, 전기분해 정제, 탄소 필터링 등을 복합적으로 적용해 식수 수준의 순도를 유지한다. ISS 내에서는 이 물로 커피를 타 마시고, 음식을 조리하고, 실험에 사용하는 등 생활의 모든 순간에 회수된 물이 재투입된다.

그러나 이 시스템에도 한계는 존재한다. 첫째, 정화 과정에 많은 에너지와 부품 교체 주기가 필요하다. 필터류는 일정 기간 사용 후 교체해야 하며, 이는 장기 우주 임무에서는 큰 부담이 된다. 둘째, 고장 발생 시 복구가 쉽지 않다. 일부 구성품은 지구에서 교체품을 가져와야 하며, 이는 물류와 비용 면에서 리스크를 유발한다. 셋째, 소변 회수율은 아직 100%에 도달하지 못했다. 고체 잔류물은 여전히 폐기되며, 이는 ‘완전 순환’이라는 목표에 미치지 못하는 부분이다.

이러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ISS의 수자원 순환 시스템은 우주 폐쇄 생태계 기술의 출발점으로서 결정적인 역할을 해왔다. 더 나아가 화성, 달 기지 구축을 위한 기술적 기반을 제공하며, 다양한 기술 혁신이 이곳에서 출발해 지구의 정수 시스템, 재해 대응 시스템 등에도 적용되고 있다. ISS는 우주에서 물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를 실증적으로 보여준 최초의 물 기반 생명유지 실험장이다.

화성·달 기지에서의 물 순환 시나리오

화성과 달은 각각 다른 환경적 특성을 지니고 있어, 물 순환 시스템의 설계도 그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먼저 화성의 경우, 극지방에 물 얼음이 매장되어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으며, 일부 지하에도 동결된 수분이 존재할 가능성이 크다. NASA는 화성 기지 건설 시 지하 얼음 추출 시스템을 운영해, 이를 증기 상태로 녹이고 정제한 뒤 농업 및 생활용수로 사용하는 방식을 계획 중이다. 이때 핵심은 정제 시스템과 순환 회로를 통합한 다단계 물 관리 시스템이다.

화성 기지 내부에서는 폐쇄형 온실과 생활공간이 각각 따로 존재하므로, 수분은 AI 제어 시스템을 통해 작물 재배용, 인간 생활용, 비상용 등으로 세분화된 수로를 통해 운용된다. 예를 들어, 작물에서 증산 작용으로 손실되는 수분은 천장 흡습 필터를 통해 회수되고, 생활공간에서는 증발 수분과 세척수를 모두 모아 복합 필터링을 거친 후 재사용된다. 또한, 화성 기지 특유의 먼지 폭풍, 온도 변화 등을 고려해 외부 수분 채집 시스템과 내부 저장소 간의 완충 설계가 함께 도입된다.

달의 경우 대기와 대규모 수원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기지 내 모든 물은 외부 채굴과 폐쇄 순환 시스템에 의존한다. 특히 남극 근처 음영 지역에서는 물 얼음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곳에서 추출한 얼음을 정제하는 것이 유력한 공급원이다. 그러나 채굴 환경이 혹독하고 주기적인 접근이 어렵기 때문에, 초기에는 지구에서 수분을 운반하거나, 수소와 산소를 결합해 물을 합성하는 방식도 병행될 수 있다.
이처럼 달 기지는 화성보다 더 고도의 순환 효율성과 예측 기술을 요구한다.

두 기지 모두에서 물은 단순한 자원이 아니라, 식량 자급과 생명유지, 거주 안정성을 동시에 좌우하는 시스템 자산이다. 물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순환하고 회수하느냐는, 단순한 기술적 완성도를 넘어서 기지 전체의 지속 가능성과 문명의 확장 가능성을 좌우한다.

지구의 환경 위기와 우주 수자원 기술의 확장 가능성

지구 또한 점점 우주의 폐쇄 생태계와 비슷한 조건으로 향하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한 가뭄, 식수 오염, 해수 침투, 지하수 고갈 등의 문제는 많은 지역에서 이미 물의 재이용과 순환을 필수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주에서 개발된 수자원 순환 기술은 지구에서도 매우 유용하게 적용된다. 예를 들어, ISS의 소변 정화 시스템은 사막 기지, 해상 플랫폼, 난민 캠프 등 극한 환경에서의 물 재이용 시스템으로 기술 이전이 이루어지고 있다.

또한, 스마트 농업에서의 AI 기반 농업용 물 순환 시스템, 자동 필터 교체 기술, 수분 증발 회수 장치는 현재 도심형 스마트팜, 지하 도시형 재배 시설, 반건조 지역 수경재배 시스템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런 기술들은 단순한 에코 기술이 아니라, 지속 가능 도시 개발과 식량 안보의 인프라 요소가 되고 있다. 나아가, 물이 부족한 지역에 이 기술들을 적용하면 물 자체를 현지에서 ‘순환적으로 생산·관리’하는 모델이 가능해진다.

결국, 우주에서 개발된 물 순환 기술은 생존을 위한 도구일 뿐 아니라, 문명을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기술적 철학으로 발전하고 있다. 물 한 방울의 회수가 생존율을 높이고, 하나의 정수 시스템이 기지를 유지하며, 하나의 순환 회로가 전체 공동체의 생명을 지탱하는 것처럼, 물은 단지 자연 자원이 아니라 생명의 경로를 설계하는 매개체다.
우주에서 완성된 이 기술은 다시 지구로 돌아와, 우리가 더 오래, 더 건강하게, 더 많은 이들과 살아갈 수 있는 미래를 설계하게 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