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식량 기술

달과 화성을 위한 폐쇄형 식량 순환 시스템

everyday-1og 2025. 4. 16. 12:32

달과 화성을 위한 폐쇄형 식량 순환 시스템

왜 폐쇄형 식량 순환 시스템이 필요한가

우주 탐사가 단기 체류를 넘어서 장기 체류 혹은 거주로 전환되고 있는 현재, 인류는 기존과는 완전히 다른 생존 전략을 필요로 하게 되었다. 단 며칠에서 일주일 정도 머무는 단기 미션에서는 지구에서 모든 물자—식량, 물, 산소, 에너지—를 가져가는 방식이 유효했다. 그러나 달과 화성을 대상으로 하는 탐사 및 정착 계획은 수개월에서 수년에 이르는 장기 임무를 포함하고 있으며, 앞으로는 아예 ‘거주지’로의 개발까지 고려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구로부터 자원을 계속 공급받는 방식은 물리적, 경제적, 기술적으로 불가능에 가까워진다. 결국, 자급자족이 가능한 생명 유지 시스템이 필수적이며, 그 핵심 중 하나가 바로 폐쇄형 식량 순환 시스템이다.

폐쇄형 식량 순환 시스템은 단순히 식량을 우주에서 생산하는 것을 넘어, 인간과 식물, 미생물, 자원 재활용 기술이 통합된 완전 순환형 생태계다. 이 시스템의 목적은 단순한 음식 공급이 아니라, 산소 생성, 이산화탄소 흡수, 수분 재활용, 폐기물 처리, 심리적 안정 등 생명 유지를 위한 모든 요소를 통합적으로 해결하는 것이다. NASA, ESA, JAXA, 러시아 로스코스모스 등 주요 우주 기관들은 이미 20년 전부터 이 기술을 ‘필수적 생존 기술’로 지정하고 연구해왔다.

이러한 시스템이 특히 달과 화성을 위한 탐사 임무에 반드시 필요한 이유는, 이 두 환경이 인간 생존에 전혀 적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달은 대기 자체가 거의 없고, 낮과 밤의 온도차가 극심하며, 물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화성은 얇은 대기층과 낮은 기온, 방사선, 낮은 중력, 강한 자외선 등 생명체에게 치명적인 조건을 갖추고 있다. 따라서 지구에서처럼 농사를 짓는 방식은 전혀 작동하지 않으며, 인공적으로 완전히 통제된 환경 내에서 생명체를 순환시키는 방식이 아니면 인간이 지속적으로 머무는 것은 불가능하다. 폐쇄형 식량 순환 시스템은 바로 이런 환경 속에서 ‘지구를 복제한 생명 생태계’를 만드는 기술이다.

 

폐쇄형 식량 순환 시스템의 구조와 핵심 기술

 

폐쇄형 식량 순환 시스템(Closed Ecological Life Support System, CELSS)은 인간이 우주에서 생존하기 위한 가장 복합적인 생명 유지 기술이다. 이 시스템은 크게 네 가지 주요 구성 요소로 이루어진다. 첫째, 식량 생산 모듈(Food Production). 이는 우주 내에서 직접 식물을 재배하여 식량을 자급하는 기능을 한다. 둘째, 산소 및 대기 제어 모듈로, 식물이 광합성을 통해 산소를 공급하고, 인간이 내쉰 이산화탄소를 다시 흡수해 순환시키는 구조다. 셋째, 물 순환 시스템. 인간과 식물, 공기 중의 수분을 모아 정제하고 재사용하는 시스템이다. 넷째, 폐기물 처리 및 재활용 시스템으로, 인간의 배설물, 식물의 잔여물 등을 처리해 비료나 에너지원으로 전환한다.

식량 생산은 대부분 수경재배(Hydroponics), 에어로포닉스(Aeroponics), 또는 **알게 재배(Bio-reactor-based Algae Farming)**을 통해 이루어진다. 수경재배는 뿌리를 영양분이 포함된 물에 직접 담그는 방식이며, 에어로포닉스는 영양분을 미세한 안개 형태로 분사하는 방식이다. 이 방식은 토양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가볍고, 오염 위험이 낮으며, 수분 사용량이 극단적으로 줄어든다는 장점이 있다. 미세조류는 광합성을 통해 산소를 생성하고, 단백질, 비타민, 항산화물질 등을 포함한 고영양 식품으로 활용된다. 스피룰리나(Spirulina), 클로렐라(Chlorella) 등의 조류는 미생물 기반 식량 생산 시스템의 핵심이다.

산소 순환은 식물이 생성한 산소를 인간이 사용하고, 인간이 내쉰 이산화탄소는 다시 식물의 광합성에 사용되는 폐쇄 루프 구조로 설계된다. 실제로 NASA의 생태 순환 실험에서는 우주인 1인 기준, 하루 약 1.5kg의 산소를 필요로 하며, 이를 보충하기 위해선 약 20㎡의 식물 생장 공간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왔다. 따라서 달 기지나 화성 기지에서는 일정 규모의 식물 기반 생장실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물은 인간의 땀, 소변, 기내 수분, 식물의 증산작용 등을 정제하여 다시 식수 및 재배용수로 활용되며, 증류-역삼투-활성탄 여과를 결합한 시스템이 사용된다.

폐기물 재활용 기술도 이 시스템의 핵심이다. 인간의 배설물은 미생물 처리 과정을 통해 비료나 바이오가스로 전환되며, 식물의 잔여물은 분해되어 토양 대체물질로 재가공된다. ESA의 MELiSSA 프로젝트는 이 네 가지 기능을 통합해, 하나의 폐쇄 루프 생태계로 설계하고 있으며, 이미 유럽에서는 이 시스템을 지하 도시 농장, 병원용 식사 공급 모듈 등으로도 응용하고 있다. 이처럼 폐쇄형 식량 순환 시스템은 단일 기술이 아니라, 생명 유지를 위한 복합 기술 플랫폼이라 할 수 있다.

 

실제 적용 사례와 기술 진화

 

폐쇄형 식량 순환 시스템의 개념은 이론으로만 존재하지 않는다. 이미 다양한 우주 기관에서 실제로 시스템을 구축하고 테스트하고 있으며, 점점 더 고도화된 형태로 진화 중이다. 대표적인 사례는 NASA의 BioHome, ESA의 MELiSSA, 중국의 Lunar Palace 1, 러시아의 BIOS-3, 일본의 Closed Ecology Experiment Facilities (CEEF) 등이 있다. 이들 모두 실제 인간이 일정 기간 동안 외부 공급 없이 생존할 수 있는지를 실험한 사례다.

예를 들어, MELiSSA는 유럽우주국이 1989년부터 개발해온 폐쇄 생태계 시스템으로, 인간·식물·미생물·화학 처리를 결합해 인공 생태계를 구성한다. 다섯 개의 루프로 나누어진 이 시스템은 우주비행사가 배출하는 모든 부산물(이산화탄소, 소변, 대변 등)을 처리해 다시 산소와 물, 비료, 식량으로 재사용한다. 이 실험은 지상에서 수십 차례 반복되었으며, 2020년대 들어 실제 우주 실증 테스트가 계획되고 있다.

중국의 Lunar Palace 1 프로젝트는 370일 동안 4명의 피험자가 외부 공급 없이 생존하는 데 성공한 폐쇄형 실험 공간이다. 이 시스템에서는 35종 이상의 식물이 재배되었고, 미세조류를 통한 산소 공급과 함께, 인간-식물-미생물-배설물 순환 고리를 완성했다. 실험 참가자들은 실시간 생체 모니터링을 통해 건강 상태가 악화되지 않았으며, 이 기술은 현재 중국의 화성 기지 시뮬레이션 연구에 바로 응용되고 있다.

민간에서도 이 기술은 빠르게 진화 중이다. SpaceX, Blue Origin, Axiom Space 등은 각자의 우주기지 설계에 이 시스템을 반영하고 있으며, 특히 NASA와 공동 개발한 EDEN ISS 시스템은 남극과 같은 극한 환경에서 실제 작물 재배에 성공함으로써 폐쇄형 시스템의 지구 적용 가능성을 실증했다. 이 기술은 재난 지역, 군사 기지, 해양 플랫폼, 심지어는 병원 격리시설 등 다양한 분야로 응용되고 있으며, 우주 생존 기술이 곧 지구 생존 기술이 되는 전환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폐쇄형 시스템이 여는 인류의 새로운 생존 전략

 

앞으로 인류는 단순히 우주에 탐사선을 보내는 시대에서 벗어나, 우주에 ‘살아야 하는’ 시대에 진입하게 된다. NASA의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은 2030년대 초 달에 장기 거주 가능한 기지를 설치할 계획이며, SpaceX와 유럽우주국은 2040년 전후로 화성 유인 기지를 설립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러한 계획이 현실화되기 위해선 무엇보다도 인간이 자립할 수 있는 생명 유지 시스템, 특히 식량을 스스로 생산하고 순환시킬 수 있는 시스템이 전제되어야 한다.

폐쇄형 식량 순환 시스템은 이 모든 우주 정착 계획의 ‘심장’과도 같은 역할을 한다. 이 기술이 없이는 인간은 일정 이상 우주에 머무를 수 없으며, 어떤 인프라도 기능하지 못한다. 더불어 이 기술은 우주 안에서의 생존뿐 아니라, 우주 문명 자체의 자립성을 확보하는 수단이기도 하다. 단순히 식량을 넘어서, 인간과 식물이 함께 호흡하고 공존하는 생태계를 구현하는 기술은, 앞으로 우주의 거주 공간이 ‘자연’의 일부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또한 이 기술은 기후위기, 전쟁, 자원 고갈, 팬데믹 등 지구적 문제에 대한 대응책으로도 중요하다. 농작물 재배가 어려운 지역, 물이 부족한 국가, 지속적인 식량 공급이 필요한 격리 지역 등에서 폐쇄형 식량 순환 시스템은 인류 생존의 백업 기술이자, 지속 가능성의 상징으로 작동할 것이다. 궁극적으로 달과 화성을 위한 이 기술은, 지구가 직면한 생존 위기 속에서 또 하나의 ‘지구’를 우리가 만들 수 있다는 증거이자, 과학이 열어주는 가장 인간적인 미래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