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식량 기술

우주에서 곤충은 식량이 될 수 있을까

everyday-1og 2025. 4. 20. 20:33

이번에는  우주에서 곤충이 식량이 될 수 있는지, 곤충 단백질의 우주 응용 가능성에 대해 알아보려고 한다.

우주에서 곤충은 식량이 될 수 있을까

우주에서 단백질은 왜 가장 큰 식량 과제가 되었는가?

우주는 인간이 설계하지 않은 극한의 환경이다. 지구 생태계에서는 무심코 얻을 수 있었던 자원들이, 우주에서는 하나하나 치밀하게 계산하고 순환 구조 안에서 다뤄야만 한다. 그중에서도 단백질은 우주 생존에 있어 가장 공급하기 까다로운 식량 성분으로 꼽힌다. 단백질은 인간의 생체 유지에 있어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근육의 형성은 물론, 세포 재생, 면역 기능 유지, 호르몬 및 효소 생성 등 거의 모든 생명활동의 기초 단위로 작용한다. 그러나 우주에서의 식사 환경은 이 필수 성분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에 적합하지 않다.

우선, 단백질은 대부분 부패가 빠르고 냉장 보관이 필요한 동물성 식품에 집중되어 있다. 우주에서는 에너지 소모와 장비 공간의 제약으로 인해 냉장·냉동 시스템의 운영이 어렵고, 고온에서 조리 가능한 형태의 단백질 식품은 극히 제한된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우주 식량은 건조 또는 분말 형태의 저장식으로 제공된다. 그러나 이런 형태는 장기 저장 시 영양 성분이 파괴되고, 아미노산 구성도 일부 손실되어 단백질로서의 품질이 떨어질 수 있다. 또한, 식감과 맛이 저하되어 우주인의 식욕 감소로 이어지고, 이는 섭취량 부족과 건강 악화로 이어진다.

실제로 NASA의 보고서에 따르면 장기 체류 우주인들의 단백질 섭취량은 지구 기준 권장량보다 평균 15~25% 낮은 수준이다. 그 결과로 체내 근육량 감소, 골밀도 저하, 면역 기능 약화 등의 생리적 문제들이 발생하며, 이는 임무 효율성과 생존 가능성 모두에 악영향을 끼친다. 이러한 상황은 장기 탐사, 특히 달이나 화성에서의 기지 운영과 같이 지속 가능한 자급자족 시스템이 필요한 미래 미션에서 더욱 심각한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 이로 인해 과학자들과 식량 전문가들은 기존의 단백질 공급 방식에서 탈피하여, 새로운 차원의 식량원을 찾기 시작했고, 그 대안 중 하나로 ‘곤충’이 부상하게 된 것이다.

곤충 단백질이 우주 환경에 적합한 과학적 이유

곤충은 오랜 시간 동안 인간의 식문화에서 소외되어 왔지만, 최근 10년 사이 과학계와 식품 산업계는 곤충의 영양학적 우수성과 환경적 효율성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특히 우주 환경에서는 곤충이 가진 특성들이 아주 강력한 장점으로 작용한다. 첫째, 곤충은 극히 적은 자원만으로도 대량 사육이 가능하다. 좁은 공간에서 높은 밀도로 사육할 수 있으며, 사료 전환 효율이 소, 돼지, 닭보다 2~3배 이상 높다. 귀뚜라미는 섭취한 사료의 40%를 체중 증가로 전환할 수 있으며, 밀웜 역시 1kg의 단백질을 생산하는 데 필요한 물의 양이 소고기 대비 2% 수준에 불과하다.

둘째, 곤충의 영양 성분은 인간의 생리 구조와 잘 맞는다. 귀뚜라미, 밀웜, 검은군대파리 등 주요 식용 곤충은 평균 60~70%가 순수 단백질이며, 9가지 필수 아미노산을 모두 포함한 완전 단백질로 평가받는다. 이외에도 곤충에는 오메가-3, 오메가-6 지방산, 비타민 B12, 아연, 철, 식이섬유, 키토산 등 다양한 기능성 영양소가 함께 포함되어 있다. 이는 단순히 단백질 보충뿐 아니라, 항산화 기능, 소화 기능 개선, 면역력 강화에도 긍정적 영향을 준다.

셋째, 곤충은 우주 환경 내 폐쇄 생태계에 매우 잘 통합될 수 있는 생물종이다. 곤충은 인간과 식물의 배설물, 식물 부산물, 남은 식사 찌꺼기 등을 사료로 활용할 수 있고, 배설물은 다시 비료로 재활용 가능하다. 즉, 곤충은 폐기물 → 식량 → 비료라는 순환 구조의 중심 생명체가 될 수 있다. 이는 우주 기지 내에서의 자원 순환 시스템(CELSS: Closed Ecological Life Support System)을 설계할 때, 매우 유용한 연결 고리를 제공한다. 곤충은 단순한 식량을 넘어, 우주 생태계를 구성하는 실질적인 ‘인프라’로 기능할 수 있는 것이다.

곤충 단백질의 실제 우주 실험 적용 사례

곤충을 우주 식량으로 활용하기 위한 실험은 이미 국제적으로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기관은 **유럽우주국(ESA)**이다. ESA는 MELiSSA(Micro-Ecological Life Support System Alternative) 프로젝트를 통해 우주 내 완전 폐쇄형 생태계를 구축하는 연구를 수십 년간 진행 중이며, 곤충은 이 순환 생태계의 필수 생명체로 포함돼 있다. MELiSSA의 설계 철학은 인간의 배설물, 식물의 잔해, 폐기 유기물 등을 미생물과 곤충을 통해 분해하고, 그 부산물을 다시 식량, 물, 비료로 전환하는 완전한 순환 구조다. 여기서 곤충은 단백질 생산자이자 폐기물 처리자, 비료 제공자라는 3중 역할을 수행한다.

NASA도 곤충 단백질에 높은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최근 민간 기업들과 협력해 곤충 사육 자동화 시스템을 우주형 스마트팜 모델로 개발 중이다. 특히 귀뚜라미와 밀웜을 활용한 시제품 시스템은, 폐기물 공급 → 사육 → 수확 → 자동 건조 → 분말화까지 일련의 공정을 하나의 박스 안에서 처리할 수 있는 모듈 형태로 설계되어 있다. 이 시스템은 향후 유인 화성 탐사 시, 장기 체류 기지 내에서 지속적인 단백질 공급 장치로 활용될 예정이다.
또한, NASA의 Deep Space Food Challenge에서는 곤충 기반 식량 순환 시스템이 다수 선정됐고, 실제로 일부는 극한 환경에서의 모의 실험까지 마쳤다.

아시아권에서도 움직임이 활발하다. 한국의 농촌진흥청은 KAIST,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함께 우주형 곤충 사육 플랫폼을 공동 개발 중이다. 이 시스템은 자동 온습도 조절, 사료 공급, 탈피물 분리, 수분 회수, 분변 정화, 실시간 생장 모니터링 기능이 포함된 스마트 모듈 형태다. 해당 시스템은 향후 국제우주정거장(ISS) 또는 달 궤도 우주기지에서 테스트될 예정이다. 일본도 곤충을 우주 단백질 자원으로 선정하여, 곤충 DNA 내 방사선 저항성을 연구 중이며, 이는 장기 방사선 노출 환경에서의 생존 가능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지구에서의 응용 확장성과 산업 생태계

우주를 위한 곤충 식량 기술은 이제 지구에서도 다양한 산업에 적용되고 있다. 대표적인 분야는 대체 단백질 식품 산업이다. 현재 유럽연합(EU)은 귀뚜라미, 밀웜, 검은군대파리 유충을 공식 식용 허가 대상으로 등록했으며, 곤충 단백질 바, 고기 대체품, 쿠키, 파스타, 3D 프린팅 식품 등 다양한 제품이 상용화되고 있다. 특히 네덜란드, 벨기에, 프랑스, 독일 등은 곤충 식품 스타트업의 허브로 떠올랐으며, 관련 시장은 2030년까지 연평균 24%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남미 등의 개발도상국에서는 영양 불균형 해소 수단으로 곤충 단백질이 주목받고 있다. 사료용 곤충은 가축 사료를 대체하여 온실가스를 줄이고, 식용 곤충은 단백질 공급원으로 기능함으로써 단백질 빈곤층을 돕는다. 또한, 곤충 사육은 농업 폐기물, 음식물 쓰레기를 자원화하는 방식으로 환경 문제 해결에도 기여할 수 있다. 이는 우주에서 구상된 폐쇄형 생태계 모델이 지구의 지속가능 농업 모델로 역수입되는 대표적 사례이기도 하다.

한국에서도 곤충 단백질 산업은 빠르게 성장 중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식용 곤충을 미래 식량 전략 품목으로 지정했으며, 식약처는 귀뚜라미와 밀웜 등을 식품원료로 공식 인정하고 있다. 이미 다수의 학교 급식, 군 급식에 곤충 단백질 기반 식품이 시범 도입되고 있으며, 건강식품, 스포츠 보충제, 고령자 영양식 시장으로까지 확장되고 있다.
즉, 우주에서 시작된 곤충 식량 기술은 이제 지구 상의 기후 위기, 자원 부족, 식량 불균형 해결책으로 이어지는 중요한 산업 축이 되었다.

문화적 수용성, 생명윤리, 그리고 우주 생태계 철학

곤충을 식량으로 받아들이는 일은 기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문화적 수용성이라는 또 다른 벽이 존재한다. 많은 문화권에서 곤충은 혐오 또는 기피의 대상으로 인식되고 있으며, 일부 윤리적 단체는 곤충의 사육과 대량 살처리를 생명윤리 측면에서 문제 삼는다. 이는 곤충 단백질이 단순한 ‘대체 식량’이 아닌, 인간과 생명체, 생태계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던지는 기술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전략이 시도되고 있다. 곤충의 형태를 보이지 않게 가공하거나, 기호성과 친숙도를 높이기 위해 향과 질감을 조절한 식품이 개발되고 있다. 또한 3D 푸드 프린터를 활용한 ‘디자인 식품화’, 곤충 단백질을 ‘기능성 소재’로 포지셔닝하는 방식도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우주에서도 곤충 식량은 단순한 생존 수단을 넘어서, 정신 건강 유지, 공동체 식문화 형성, 생명 존중의 교육적 장치로 기능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곤충은 작은 생명체지만, 그 안에는 미래 문명이 선택할 수 있는 식량 시스템, 자원 순환 구조, 생명 윤리 가치가 모두 담겨 있다. 우주 생태계는 단순히 생존을 위한 시스템이 아닌, 우리가 어떤 생명체를 어떻게 대하며, 어떤 구조 안에서 공존할지를 묻는 거대한 질문이다. 곤충은 그 질문의 중심에 서 있다.
그리고 미래의 화성 기지 한쪽에서, 조용히 귀뚜라미들이 자라나고 있다. 그들은 단백질 공급원이면서 동시에, 우주 문명의 지속 가능성과 윤리적 진보를 상징하는 작은 혁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