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식량 기술

우주에서 자라는 해조류

everyday-1og 2025. 4. 21. 06:02

우주 생존을 위한 식량 혁신, 왜 해조류인가?

우주에서 자라는 해조류: 극한 환경 속 차세대 식량 자원

 

우주라는 환경은 인간의 생존에 필요한 대부분의 조건을 제공하지 않는다. 중력의 부재, 강한 방사선, 극한의 온도 변화, 제한된 자원, 밀폐된 공간. 이러한 환경 속에서 인류가 장기간 생존하기 위해서는 지구에서 익숙했던 생존 방식이 아니라, 극도로 효율적이고 적응력이 뛰어난 새로운 생태 시스템이 필요하다. 그 중심에서 해조류, 특히 미세조류의 가능성이 주목받고 있다.

지금까지 우주 식량은 주로 건조 또는 캔 형태의 저장식, 단백질 보충제, 수경재배 식물 등에 의존해왔다. 하지만 이들은 물과 에너지 소모가 크고, 산소 생산이나 폐기물 처리 능력이 제한적이라는 점에서 한계를 드러냈다. 이에 따라 과학자들은 하나의 생명체가 식량, 산소 생산, 폐기물 정화까지 담당할 수 있는 통합 생명유지 자원에 주목하게 되었고, 해조류는 바로 이 모든 기능을 갖춘 생명체로 부상한 것이다.

대표적인 해조류인 **스피룰리나(Spirulina)**와 **클로렐라(Chlorella)**는 단백질 함량이 60% 이상이며, 비타민, 미네랄, 오메가-3, 항산화 성분을 포함하고 있다. 또한 광합성을 통해 산소를 생성하고,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며, 일부 종류는 중금속과 유기 폐기물까지 흡수할 수 있다. 이 모든 기능을 수행하면서도 빠르게 증식하고, 무중력 상태에서도 배양이 가능하다는 점은, 해조류가 우주 생존 시스템에서 핵심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강력한 증거가 된다.

해조류의 생물학적 장점과 우주 환경 적응성

해조류, 특히 미세조류는 지구상에서도 극한 환경에서 살아남은 생물학적 생존 전문가로 여겨진다. 고온, 고염도, 저산소, 강산성 환경에서도 생존하는 종이 존재하며, 이런 특성은 우주의 열악한 조건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생명체로서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클로렐라는 심지어 70년대부터 우주 비행사의 폐쇄형 생명 유지 시스템 연구에 활용되었으며, 광합성 능력, 영양 성분, 환경 복원력 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NASA는 실제로 클로렐라와 스피룰리나를 사용하여 산소 공급, CO₂ 제거, 수질 정화를 동시에 수행하는 폐쇄형 생태계 모듈을 실험했고, 이 실험에서 미세조류는 인간의 호흡으로 발생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배출하는 동시에, 오수 속 유기물을 분해하는 다기능적 역할을 수행했다. 이는 단순 식량 공급원을 넘어 완전 순환 생태계의 주요 구성원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입증한 것이다.

또한 해조류는 식물처럼 뿌리를 내릴 필요가 없어, 무중력 상태에서 고정 구조 없이도 자유롭게 배양 가능하다. 광원만 제공되면 복잡한 토양이나 수경 시스템 없이도 생장하며, 이로 인해 ISS(국제우주정거장) 및 차세대 우주 기지에서의 공간 활용성과 에너지 효율성이 극대화된다. 기존 식물 기반 재배 방식보다 해조류 기반 시스템이 가진 운영 효율성과 복합 기능성은, 향후 우주 거주지의 ‘기초 생명 유지 인프라’로 채택될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스피룰리나와 클로렐라의 실제 우주 실험 적용 사례

우주 기관들은 해조류를 단순 식량이 아닌 생명유지 시스템(Life Support System)의 핵심 요소로 간주하고 있다. NASA는 이미 1980년대부터 클로렐라를 활용한 생명 순환 시스템을 연구해왔으며, 인간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흡수하고 산소를 생산하며, 그 자체를 식량으로 섭취할 수 있는 모델을 실험했다. 클로렐라는 폐수 정화, 공기 정화, 그리고 단백질 공급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었고, 이는 인간-식물-미생물 간 완전한 순환 모델의 기초가 되었다.

ESA(유럽우주국) 또한 MELiSSA 프로젝트를 통해 스피룰리나를 주요 순환 생명체로 채택하고, 다양한 모듈형 생태계 안에서 해조류의 생존성과 기능을 검증했다. 이 프로젝트에서는 우주인의 대사 폐기물(소변, 이산화탄소)을 이용해 해조류를 배양하고, 그 해조류가 다시 산소와 식량으로 변환되는 시스템을 설계했다. 그 결과, 하루에 1인 기준 필요한 산소량의 최대 70% 이상을 스피룰리나 배양기 한 대가 충당할 수 있다는 결과가 도출됐다.

JAXA(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 또한 클로렐라를 이용한 폐수 정화 및 산소 공급 실험을 진행 중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해조류가 방사선 저항성이 비교적 높고, 일부 미세조류는 고에너지 방사선 환경에서도 세포 재생 속도가 감소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이는 화성 탐사나 달 기지에서의 고방사선 노출 환경에서도 해조류 기반 시스템이 장기 운용 가능하다는 가능성을 높여준다.

우주에서 자라는 해조류

해조류 식량화 기술의 지구 응용 가능성과 산업적 확장성

 

해조류는 우주를 위한 생명유지 자원일 뿐만 아니라, 지구에서도 지속 가능 식량 자원으로 각광받고 있다. 특히 기후 변화, 물 부족, 농지 감소 등으로 인해 전통적인 농업 기반 식량 생산이 위협받고 있는 오늘날, 해조류는 물, 토지, 비료를 거의 사용하지 않고도 고영양 식량을 생산할 수 있는 생물 자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와 세계보건기구(WHO)는 스피룰리나를 "미래 식량의 대표 주자"로 선정했으며, 전 세계적으로 약 40개국 이상이 산업적 생산을 진행 중이다.

현재 지구에서 가장 널리 생산되는 해조류 중 하나인 스피룰리나는 비건 단백질, 항산화 보충제, 면역강화제 등 다양한 기능성 식품으로 활용되고 있다. 특히 스포츠 영양식, 고령자 식단, 환자용 회복식 등으로의 활용이 증가하고 있으며, 일부 국가에서는 해조류를 기반으로 한 항암제, 면역조절제, 피부재생 화장품, 바이오 연료까지 개발되고 있다. 이는 해조류가 단지 '식량'의 역할을 넘어서, 전방위 바이오 산업으로 확장될 수 있는 생물 자원임을 보여준다.

또한, 해조류는 이산화탄소 포집 및 탄소중립 기술과 결합되어 친환경 에너지 자원으로도 평가받고 있다. 스피룰리나 배양 시스템은 온실가스를 흡수하는 ‘탄소 씽크(carbon sink)’ 역할을 수행할 수 있으며, 이는 ESG(Environmental, Social, and Governance) 경영 측면에서도 전략적 자원이 될 수 있다. 즉, 우주 해조류 배양 시스템은 향후 탄소세 감면, 에너지 자립, 도심형 식량 자급 솔루션으로 지구에서도 적극 활용될 수 있다.

생태계 통합, 윤리, 그리고 우주 해조류의 미래 철학

해조류가 우주 식량 시스템에서 주목받는 이유는, 그것이 단순한 식량 이상의 의미를 지니기 때문이다. 해조류는 인간의 생명활동을 유지하는 모든 순환 요소와 연결되는 중심 생명체로 기능할 수 있으며, 그 과정에서 기술적 문제뿐만 아니라 윤리적, 철학적 질문까지 동반하게 만든다. 인류는 해조류를 통해 ‘인공 생태계’를 설계하고 통제하며, 우주라는 비생명 공간에 생명적 질서를 이식하는 실험을 이어가고 있다.

이는 단지 기술 개발의 문제가 아니라, 생명에 대한 인간의 태도, 자연을 설계 가능한 시스템으로 다루는 행위의 윤리성, 그리고 우리가 어떤 방식으로 외부 환경과 공존할 것인지에 대한 문화적 질문이기도 하다. 해조류는 스스로 움직이지 않으며, 소리도 없고, 감정도 없다. 그러나 그 존재는 생명 순환의 가장 핵심적인 연결고리를 형성하고 있으며, 이는 우주뿐만 아니라 지구에서도 우리가 놓치고 있던 생명의 구조를 다시 바라보게 만든다.

미래에는 달 기지와 화성 기지에 ‘해조류 모듈’이 설치되고, 이 모듈은 산소를 생산하고, 인간의 노폐물을 흡수하며, 식량을 만들어내는 복합 생명장치로 기능하게 될 것이다. 이 장치는 단지 유틸리티가 아니라, ‘생명 유지의 상징’이자, ‘생태계 통합 시스템’으로 작동할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인류가 지구 밖에 문명을 건설할 때, 그 기반의 일부는 조용히 햇빛을 흡수하며 자라나는 해조류일 것이다.
그들은 소리 없이 말할 것이다.

 

“이곳에도 생명이 있다.”